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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왜 영어로 못 옮길까…넷플릭스의 제2의 제작

LUX · 2026년 10월 16일

‘오빠’는 영어 자막에서 어떻게 번역될까

한국어 ‘오빠’에는 친오빠, 연인, 가까운 연상의 남성이라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영어에는 이를 한 단어로 정확히 옮길 대응어가 없습니다. 그래서 해외 자막에서도 정해진 번역어 하나를 쓰지 않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은 영어 자막에서 ‘오빠’를 상황에 맞게 살리는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Oppa’를 그대로 두고, 다른 장면에서는 이름이나 친근한 호칭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 단어가 아닙니다.

관계와 장면이 번역을 결정합니다.

‘오빠’는 인물 사이의 나이, 성별, 친밀도, 가족관계와 감정선을 함께 담습니다. 이를 ‘brother’나 ‘boyfriend’ 같은 단어로 일괄 번역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번역가와 제작진은 대사를 옮기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호칭이 장면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살핍니다.

넷플릭스가 자막과 더빙을 ‘제2의 제작’이라 부르는 이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넷플릭스는 2026년 10월 15일 서울에서 ‘글로벌 로컬라이제이션 라운드테이블’을 열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자막과 더빙이 대사의 문자적 변환을 넘어 작품의 감정과 문화적 맥락을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화는 자막 번역만 뜻하지 않습니다. 더빙 대본 각색, 성우 연기, 녹음, 믹싱, 품질검수, 음악과 화면 속 글자 처리까지 포함합니다. 넷플릭스는 음악 가사와 화면 속 한글 서체도 다른 언어권 시청자에 맞게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언어의 더빙 제작에는 번역가, 각색가, 성우, 연출가, 음향 엔지니어, 품질검수 인력 등 보통 50~60명이 참여합니다. 캐서린 르타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시니어 디렉터는 “더빙은 결코 부수적인 작업이 아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은 사실상 제2의 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막도 두 번째 제작입니다.

넷플릭스는 36개 언어의 더빙과 33개 언어의 자막 제작 역량을 갖추고, 전 세계 122개 협력사와 협업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숫자가 모든 작품과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제공된다는 뜻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존 드미타 넷플릭스 미국·캐나다(UCAN) 글로벌 영어 프로덕션 시니어 매니저는 “이야기의 배경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적 배경과 관계를 지우는 대신, 해외 시청자가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돕는 것이 현지화의 목표라는 설명입니다.

‘Oppa’를 그대로 두면 무엇이 달라질까

‘Oppa’를 그대로 남기면 한국어 호칭의 문화적 특성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해외 시청자는 한국어 표현을 직접 접하고, 인물 사이에 가족관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친밀감이나 감정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낯선 말이 원작의 결을 남기는 장치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Oppa’를 처음 접한 시청자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brother’나 ‘older brother’로 일괄 번역하면 관계가 실제보다 가족적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연인 사이의 긴장감이나 친밀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가와 제작진은 장면마다 표현을 고릅니다. 이름을 부르는 편이 자연스러운지, 친근한 호칭이 맞는지, 한국어를 그대로 남길지 판단합니다. 원어를 살릴 때도 있고, 설명을 덧붙이거나 현지 언어의 표현으로 바꿀 때도 있습니다.

네 글자지만, 판단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현지 언어의 자연스러움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가능합니다. 시청자가 대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화적 고유성도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낯선 표현을 모두 익숙한 말로 바꾸면 원작의 문화적 특성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현지화의 목표는 한국적 표현을 전부 지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해외 시청자가 이야기의 배경과 관계를 오해하지 않으면서도 원작의 문화적 특성을 느끼게 하는 데 있습니다. 보존과 이해 사이에서 장면마다 선택하는 작업입니다.

같은 장면도 자막과 더빙에 따라 달라진다

시청자는 선택한 언어의 자막과 더빙에 따라 같은 장면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호칭과 농담, 문화적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시청자에게는 ‘Oppa’가 친밀함으로 읽혀도, 다른 시청자에게는 설명되지 않은 외국어로 남을 수 있습니다.

더빙에서는 대본만 바뀌지 않습니다. 각색가와 번역가는 현지 언어의 자연스러움과 발화 조건을 고려하고, 성우와 연출가는 감정을 다시 표현합니다. 음향 엔지니어와 품질검수 인력도 제작에 참여합니다.

넷플릭스는 2024년에도 한국 예능 더빙에서 문화적·언어적 뉘앙스를 살리기 위한 워크숍과 현지화 작업을 소개했습니다. 브라질·멕시코·중남미·유럽·중동·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더빙 선호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시청자의 이해도 현지화의 일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구경본 콘텐츠기반본부장은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우수한 창작 역량과 함께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도록 돕는 전문 로컬라이제이션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번역가와 더빙 인력 역시 해외 진출의 중요한 축이라는 뜻입니다.

AI가 문장은 옮겨도 관계까지 판단할까

AI가 자막과 더빙 제작을 어디까지 도울지도 관심사입니다. 문장을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에서 AI의 쓰임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빠’를 어느 장면에서 그대로 두고 어느 장면에서 바꿀지는 단순한 단어 변환만으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인물의 관계와 감정, 장면의 분위기, 음악과 화면 속 글자까지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존 드미타는 “AI는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번역가·성우·연출가를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AI가 번역해도 결정은 남습니다.

현지화와 해외 성과의 관계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피지컬: 100’ 멕시코판은 공개 첫 주 2.5 million views를 기록했고, 이탈리아판은 27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한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이 성과가 현지화 작업 때문에 발생했다고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지화의 규모와 성공 사례는 플랫폼과 업계 관계자의 설명으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작품의 해외 반응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숫자만으로 현지화의 효과를 모두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오빠’의 번역에는 정답보다 맥락이 먼저다

해외 자막에서 ‘오빠’는 무조건 ‘brother’로 번역되지 않습니다. 관계와 장면에 따라 ‘Oppa’를 그대로 두거나 이름, 친근한 호칭 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낯선 표현의 의미가 전달되도록 설명을 덧붙입니다.

결국 번역가는 단어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인물의 관계와 감정, 시청자의 이해 가능성, 작품의 문화적 특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자막과 더빙은 원작을 다른 나라 이야기로 바꾸는 일이 아니라, 원작의 의미가 다른 언어에서도 작동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오빠’에는 단일 번역어가 없습니다.

따라서 해외 자막에서 어떤 표현이 선택됐는지는 그 장면의 맥락을 봐야 합니다. ‘Oppa’를 남겼다면 한국어 호칭의 결을 살린 선택일 수 있고, 이름이나 다른 호칭으로 바꿨다면 시청자의 이해와 자연스러움을 고려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답은 사전에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빠’를 영어로 ‘brother’라고 번역하면 왜 문제가 되나요?

‘오빠’는 친오빠뿐 아니라 연인이나 가까운 연상의 남성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brother’로 일괄 번역하면 인물관계가 실제보다 가족적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해외 자막에서 ‘Oppa’를 그대로 남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어 호칭의 문화적 특성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울 수 있어 장면에 따라 이름이나 친근한 호칭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자막과 더빙은 같은 장면을 항상 같은 방식으로 번역하나요?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자막과 더빙은 각각 현지 언어의 자연스러움과 시청자의 이해 가능성을 고려해 표현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더빙 제작에는 몇 명이 참여하나요?

넷플릭스 설명에 따르면 한 언어의 더빙 제작에는 번역가, 각색가, 성우, 연출가, 음향 엔지니어, 품질검수 인력 등 보통 50~60명이 참여합니다.

AI가 자막과 더빙 제작 인력을 대체할 수 있나요?

AI가 전문가를 돕는 도구가 될 가능성은 제시됐지만, 장기적으로 번역가·성우·연출가를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감정과 문화적 맥락을 판단하는 작업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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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ALJIstory 편집장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파고드는 심층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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