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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문무’가 경주 동해안 관광을 바꿀까

LUX · 2026년 10월 14일

대형 족자에 봉인한 꿈, 경주 동해안은 달라질까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앞 광장에 80여 명이 모여 대형 족자에 서명하고 봉인했다. KBS 대하드라마 ‘문무’의 성공을 빌기 위해서다. 저는 이 장면이 단순한 제작발표 행사가 아니라, 한 편의 사극을 경주 동해안 관광의 입구로 만들려는 지자체의 계산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경주시는 2026년 10월 14일 이 행사를 열었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임활 경주시의회 의장,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 KBS 제작진과 출연 배우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배우 이현욱은 문무대왕 김법민, 김강우는 김춘추, 박성웅은 김유신, 정웅인은 김진주를 연기한다. 역사책 속 이름들이 이제 28부작 화면 안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셈이다.

‘문무’는 2026년 11월 14일 오후 9시 20분 KBS 2TV에서 첫 방송될 예정이다. 신라 문무대왕의 생애와 삼국통일, 나당전쟁을 다루는 작품이다. KBS가 1981년부터 2024년까지 만든 대하드라마가 34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무’는 그 계보를 잇는 35번째 작품으로 소개된다.

드라마 한 편이 관광 동선까지 바꿀 수 있을까

경주시가 기대하는 그림은 분명하다. 시청자가 문무왕의 이야기를 본 뒤 문무대왕릉을 찾고, 문무대왕 해양역사관과 감은사지, 이견대까지 이어지는 경주 동해안 여행에 나서는 흐름이다. 화면 속 전투가 끝난 뒤 시청자의 발걸음이 현실의 해안으로 이어지는 구상이다.

문무대왕릉은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감은사지와 이견대와 함께 경주 동해안의 핵심 역사문화 자원으로 꼽힌다.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은 2026년 3월 준공됐고, 신라의 해양활동과 삼국통일 역사를 전시하는 시설로 조성됐다. 총사업비는 153억 원, 부지 규모는 9,089㎡, 연면적은 약 1,700㎡다.

경주시는 2017년부터 문무대왕릉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27년까지 공원과 탐방로, 편의시설, 해안 경관을 정비할 계획이며 사업비는 350억 원이다. 2024년에는 문무대왕릉 일대에 133면의 주차면도 조성했다. 따라서 앞으로 방문객이 늘어난다면 그 변화가 드라마 덕분인지, 기반시설 정비 덕분인지 깔끔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관광은 대개 단독 주연보다 앙상블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영 효과가 현실화되면 지역 주민과 상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카페, 기념품점의 매출이 늘고 주민 소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는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주말 여행의 목적지가 바뀌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시간과 식사할 곳을 찾는 수고, 지역에서 쓰는 여행 경비까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350억 원의 성역화와 28부작의 기대, 성적표는 따로 써야 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번 드라마가 천년 신라의 역사와 문무대왕의 호국정신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의 성공적인 방영을 지원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의 목표는 역사 홍보와 관광 활성화, 성역화 사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데 있다.

다만 성공 기원 행사가 흥행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와 제작진이 모여 서명한 족자는 의지의 상징이지 시청률표나 관광객 통계는 아니다. 드라마 방영 뒤 방문객 수와 숙박·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경주시는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측정할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저는 이 부분이야말로 행사의 박수보다 조용하지만 더 엄격하게 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원탁회의에서 이미 체험 관광요소가 부족하고, 주변 환경과 대중교통·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광객이 늘면 상권에는 반가운 손님이지만, 도로와 주차장에는 갑작스러운 시험 문제가 될 수 있다. 쓰레기와 소음, 주민 사생활 침해까지 관리하지 못하면 관광 활성화는 지역의 활력이 아니라 생활의 피로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경주시가 성과를 말하려면 방문객 숫자 하나만 내세워서는 부족하다. 주차와 대중교통, 화장실, 쓰레기 처리, 주민 불편을 함께 살펴야 한다. 누가 얼마나 벌었는지뿐 아니라 누가 무엇을 감당했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관광객은 숫자로 오지만, 주민은 생활로 맞이한다.

역사를 살리는 사극인가, 역사를 각색하는 사극인가

KBS는 ‘문무’ 제작 과정에서 최대한 확인된 사료에 기초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본은 28개 가운데 16개 정도가 나온 상태라고 설명했고, 몽골과 경북 문경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전투와 촬영이 어렵거나 위험한 장면은 AI·VFX 기술로 구현할 계획이다.

기술의 쓰임은 흥미롭다. 몽골의 넓은 풍광과 AI·VFX가 결합하면 실제 촬영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전투 장면을 화면에 담을 수 있다. 위험한 장면을 줄이면서도 대하사극의 규모를 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AI가 전투를 안전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역사적 사실까지 자동으로 보증해주지는 않는다. 멋진 화면과 정확한 역사는 서로 다른 시험을 치른다.

삼국통일은 신라·고구려·백제·당나라가 충돌한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문무왕 역시 한 인물의 영웅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정치와 전쟁, 외교가 얽힌 복합적인 인물이다. 극적 긴장을 위해 인물 관계나 사건의 순서가 각색될 수 있지만, 시청자가 극 중 장면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작품 안팎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공영방송의 대하사극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긴 호흡의 역사극을 만드는 만큼, 제작비와 기술 활용의 결과뿐 아니라 역사 이해를 넓히는 방식도 평가 대상이 된다. 사극은 과거를 다루지만, 시청자의 현재 인식에 영향을 준다. 왕의 이미지와 통일의 서사가 화면을 통해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가 기다리는 것은 시청률보다 오래가는 방문이다

경주시는 ‘문무’ 방영을 문무대왕릉과 해양역사관 등 동해안 역사문화유산을 알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작품이 잘되면 관광객이 늘 수 있다는 기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기대를 정책의 성과처럼 포장하는 순간, 홍보와 행정의 경계가 흐려진다. 저는 그 경계를 분명히 지키는 것이 오히려 드라마와 지역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봅니다.

가장 좋은 결과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방문할 이유가 남는 경우다. 화면을 따라 한 번 찾은 관광객이 해양역사관에서 신라의 해양활동을 이해하고,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이견대를 하나의 역사 동선으로 경험하는 식이다. 반대로 사진 한 장만 찍고 떠나는 방문이 반복되면 지역경제 효과는 짧고 시설 부담만 길어질 수 있다.

경주 동해안은 이미 역사와 풍경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드라마의 유명세를 빌리는 일에 그치지 않고, 그 유명세가 지역의 질서 있는 여행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2026년 11월 14일 첫 방송은 작품의 시작이지만, 경주시에는 관광 효과를 측정하고 부작용을 관리하는 긴 후속편의 첫 회이기도 하다.

‘문무’가 문무대왕을 화면으로 되살린다면, 경주는 그 장면이 끝난 뒤에도 방문객과 주민이 함께 머물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야 한다. 사극의 대사는 28부작이면 끝나지만, 관광의 성적표는 방송 종료 뒤부터 쓰인다.

자주 묻는 질문

‘문무’는 언제 방송되나요?

‘문무’는 2026년 11월 14일 KBS 2TV에서 첫 방송될 예정이며, 예정 방송 시간은 오후 9시 20분입니다. 총 28부작으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문무’에서는 어떤 인물을 다루나요?

신라 문무대왕의 생애와 삼국통일 과정을 주요 서사로 다룹니다. 이현욱이 문무대왕 김법민, 김강우가 김춘추, 박성웅이 김유신, 정웅인이 김진주 역을 맡습니다.

문무대왕릉과 함께 둘러볼 관광지는 어디인가요?

문무대왕릉과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을 중심으로 감은사지와 이견대 등을 잇는 동해안 역사문화 여행 동선이 거론됩니다. 해양역사관에서는 신라 해양활동과 삼국통일 역사를 소개합니다.

드라마 방영으로 관광객이 얼마나 늘어날까요?

방영으로 방문객과 지역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증가 규모와 측정 방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효과는 방영 이후 방문객 수와 숙박·매출 등의 지표로 따져야 합니다.

드라마 속 내용은 모두 역사적 사실인가요?

KBS는 확인된 사료에 기초해 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드라마인 만큼 극적 각색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청자는 극 중 묘사와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AI·VFX 기술은 왜 활용하나요?

대규모 전투와 촬영이 어렵거나 위험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할 계획입니다. 실제 제작비 절감 규모나 시청률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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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ALJIstory 편집장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파고드는 심층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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