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평

슈퍼맨(2025): 냉소의 시대에 진심으로 서다

LUX · 2026년 10월 20일

슈퍼맨(2025)의 평가는 뚜렷이 갈린다. 한쪽은 ‘착함을 냉소하는 시대에 진심 어린 영웅을 보여 줬다’며 찬사를 보내고(로튼토마토 평론가 83%, 관객 90%), 다른 한쪽은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이 둘의 의견은 영화가 같은 장면을 다르게 읽고 있다는 뜻이다.

제임스 건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핵심을 ‘우리가 잃어버린 기본적인 친절함’이라고 명확히 했다. 배우 데이비드 코런스웻이 연기한 슈퍼맨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와 계산이 없다. 이것이 정확히 어떤 용기인지, 그리고 이 용기가 현실을 통과할 수 있는지가 이 영화를 보는 핵심이다.

나는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영화는 ‘착함을 냉소하는 시대’에 진심 어린 슈퍼맨을 내밀하지 않고 밀어붙임으로써, 영웅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착함’은 이 시대에 너무 낡은가

슈퍼맨을 냉소 없이 연기하는 것은 현대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코런스웻은 이 위험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영화 내내 그의 슈퍼맨은 도덕적 확신을 흔들지 않는다.

제임스 건 감독이 강조한 핵심은 ‘우리가 잃어버린 기본적인 친절함’이었다. 이것은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 화면에 묻어난다. 슈퍼맨이 보라비아의 침공을 막는 장면에서, 그는 국제 규범을 어겨 가며까지 남의 나라 일에 개입한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규칙을 깬 것이다. 냉소적인 시대는 이런 순진함을 먼저 의심한다.

코런스웻의 몸짓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자기 덩치를 일부러 작게 만들려고 애쓴다. 2미터에 가까운 거구가 자신을 조각내려는 듯, 할 말을 참고 상대의 눈을 마주친다. 이런 모습은 영화 전체에서 변하지 않는다. 그에게 냉소는 없다. 아버지 조너선이 그에게 말할 때 그의 눈빛에는 순수함만 남아 있다.

그런데 순진한 영웅이 현실을 통과하려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출신이 나를 정하는 게 아니라 선택이 정한다

이 영화의 진짜 중심은 슈퍼맨이 패배하는 순간이 아니라, 패배 이후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웅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렉스 루터는 크립톤에서 남긴 부모의 메시지를 끝까지 복원한다. 망가진 뒷부분에는 ‘지구를 정복하고 아내를 여럿 두라’는 내용이 있었다. 슈퍼맨이 평생 따라야 한다고 믿어온 부모의 메시지가 실은 지배욕과 욕망의 기록이었다는 것이다. 렉스가 이를 공개하자 여론은 180도 돌아선다. 같은 사람을 영웅이라고 외쳐던 사람들이 몇 시간 만에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슈퍼맨을 진짜 구하는 건 지구의 아버지 조너선의 목소리다.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를 결정하는 건 부모의 메시지가 아니라 네 선택과 행동이다.’ 이 장면은 따뜻하면서도 이 영화 전체의 주제를 완성한다. 출신도, 혈통도, 심지어 부모의 뜻도 너를 정하지 않는다. 너는 매 순간 선택으로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이 자신을 정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하기 전에, 슈퍼맨은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한다.

약함이 아니라 인간성을 보여 주기 위한 선택

슈퍼맨이 자주 진다는 비판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설정이다. 렉스가 만든 복제인간 울트라맨에게 슈퍼맨은 처음으로 진다. 세상이 자신을 믿지 않는 가운데, 같은 힘을 가진 또 다른 존재에게 무릎을 꿇는다.

이전의 슈퍼맨 영화들은 대부분 영웅의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 주는 데 집중했다. 2013년 ‘맨 오브 스틸'(로튼토마토 57%)은 신화적이고 어두운 톤으로 외계인의 위력을 강조했지만, 그것이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이번 영화(로튼토마토 82%)가 훨씬 높은 호평을 받은 이유는 정반대다. 패배를 통해 인간성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제대로 관객에게 닿았다는 뜻이다. 슈퍼맨은 세상의 무겁고 복잡한 문제를 혼자 짊어지려다 결국 무릎을 꿇는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장 깊게 묻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냉소적인 시대,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에 이런 영웅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냉소는 영웅을 이기지만, 영웅은 냉소를 이긴다

로이스의 진실 보도와 슈퍼맨의 재기는 냉소적인 세상에 대한 단순하지만 강렬한 답이다. 이 영화가 가장 예리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렉스가 퍼뜨린 가짜뉴스 앞에서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힌다. 며칠 전까지 영웅이라고 외쳐던 사람들이 이제는 슈퍼맨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가짜뉴스는 진실보다 빠르고, 의심은 믿음보다 쉽다. 현실에서는 거짓이 자주 이기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로이스와 지미 올센이 렉스의 음모를 폭로한다. 기자의 직업적 양심이 거짓을 추적하고,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 현실에서는 거짓이 자주 이기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진실과 착함이 끝까지 진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도발이자,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선언이다.

슈퍼맨이 다시 일어나는 순간, 여기서 이 영화의 핵심이 드러난다. 결국 이 영화가 하는 말은 아주 단순하다.

‘영웅’이란 힘센 외계인이 아니라 선택하는 인간이다

이 영화는 슈퍼맨이 왜 필요한지를 힘으로 보여 주지 않고 선택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전의 슈퍼맨들과 완전히 다르다. 보라비아의 침공을 막으려고 국제 규범을 어기고 남의 나라에 개입한다는 설정 하나로 영화는 곧바로 핵심 질문을 던진다. ‘초월적인 존재는 어떤 권한으로 개입하는가.’}}

이것은 액션 장면에서 풀리지 않는다. 크립톤 성에서 내려온 외계인이 지구의 문제를 자신의 도덕적 판단으로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슈퍼맨은 강하기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니다. 슈퍼맨이 선택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이것은 크립토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슈퍼맨의 개 크립토는 그저 반려동물이 아니라 같은 외계인이고, 슈퍼맨은 그것을 돌본다. 로이스와의 연애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영웅으로서의 슈퍼맨이 아니라 클라크로서, 인간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순간들이다. 이 영화의 슈퍼맨은 초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인간이 되기로 선택한다.

이 영화의 성공은 캐스팅 이전에 이 선택에서 나온다.

영웅의 조건을 다시 묻는다

이 영화는 쓰러진 영웅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세상이 믿지 않을 때도, 그 영웅이 일어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2013년 ‘맨 오브 스틸’이 같은 외계인 정체성을 어둡고 신화적인 톤으로 풀어갔다면(로튼토마토 57%), 이번 작품은 밝고 따뜻하게 밀어붙인다(82%). 그 차이가 곧 이 영화의 핵심이다.

냉소와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 진심 어린 영웅은 약해 보인다. 실제로 슈퍼맨은 여러 번 진다. 렉스 루터의 복제인간 울트라맨에게 무릎을 꿇고, 세상의 여론에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약함이 아니라 인간성을 보여 주는 장치라는 것을 이 영화는 분명히 보여 준다. 데이비드 코런스웻이 냉소 없이 연기한 슈퍼맨, 그가 작은 몸짓으로 자신을 낮추는 순간, 영웅이 정말 필요한 것이 힘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이 영화의 강점은 캐스팅에 있다. 레이철 브로즈너핸의 로이스는 기자로서 슈퍼맨의 행동을 따져 묻고, 연인으로서 그를 구한다. 니컬러스 홀트의 렉스는 외계인 초상을 받으려다 전쟁까지 꾸미는 질투의 화신이다. 이들이 펼치는 도덕적 긴장 속에서 슈퍼맨의 선택이 더욱 빛난다. 다만 정부가 자수한 슈퍼맨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렉스에게 넘기는 장면처럼, 줄거리를 굴리기 위한 편의적 전개가 몇 군데 있고, 중반부에 내용을 욱여넣으려다 호흡이 약간 손상되는 것이 아쉽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지쳤고, 마블식 냉소 톤에 피로해진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구원처럼 느껴질 것이다. 반대로 슈퍼맨이 최강의 군신처럼 악당을 압도하는 장면을 원하거나, 영웅이 도덕적 회의 없이 밀어붙이는 결단력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맞지 않는다. 이전의 ‘맨 오브 스틸’을 함께 본다면, 같은 외계인 정체성 질문을 어둡게 다룬 이전작과 밝게 다룬 이번작의 차이가 얼마나 명확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1978년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을 보면, 코런스웻이 크리스토퍼 리브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받았는지 느껴질 것이다.

★★★★★ (5/5) — 냉소와 가짜뉴스 시대에 진심 어린 영웅을 밀어붙인 용기 있는 영화.

자주 묻는 질문 (FAQ)

원작 만화와 뭐가 다른가요?

이 영화는 그랜트 모리슨의 만화 '올스타 슈퍼맨'의 영향을 받았지만, 슈퍼맨의 나이를 약 25세로 설정하고 기원 이야기를 생략했습니다. 괴수와 차원 같은 만화다운 상상력을 적극 살렸고, 렉스의 과학 능력을 마법처럼 표현했습니다.

슈퍼맨이 약해 보인다는 평이 있던데, 의도된 건가요?

네, 의도된 설정입니다. 이 영화는 슈퍼맨의 압도적인 힘보다 그가 내리는 선택과 인간성을 중심으로 봅니다. 패배를 통해 영웅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내려고 했으며, 이것이 이전 '맨 오브 스틸'보다 호평받은 이유입니다.

DCU의 시작인데,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연결되나요?

네, 이것은 DC 스튜디오가 새로 시작한 공유 세계관(DCU)의 첫 번째 영화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슈퍼맨의 사촌 카라(슈퍼걸)가 나오고, 미스터 테리픽 같은 조연들이 향후 다른 작품에 나올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정치 논쟁이 있었다던데, 영화에 영향을 미쳤나요?

이 영화는 미국 이민 정책 논쟁 한복판에서 개봉했고, 렉스가 퍼뜨리는 가짜뉴스와 슈퍼맨이 희생양이 되는 과정은 그 시기의 정치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감독 제임스 건은 '기본적인 친절함'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재밌나요?

네, 영화 내에서 모든 설정을 설명합니다. 다만 개봉 전후의 가짜뉴스와 이민 정책 논쟁을 알고 가면, 렉스가 거짓뉴스를 퍼뜨리는 장면이 얼마나 예리한 풍자인지 더 잘 느껴질 것입니다.

김지훈 기자
ALJIstory 편집장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파고드는 심층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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