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는 지루하다.” 이 말을 많이 들었다. 로튼토마토 평론가 점수 47%, MCU 역대 최저 관객 평점.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 비판은 절반만 맞다. 느린 것과 지루한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처럼 자연광과 로케이션 촬영으로 인물을 담았다. 그리고 묻는다. 신은 왜 인간의 비극을 그냥 지켜만 볼까. 이 질문이 가만한 속도로 흐르면서, 마블식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관객과 신화적 명상을 바치는 감독의 기대가 완전히 어긋났다. 그게 불편해 보이는 거다.
배우들은 그 어색함 속에서 조용하게 일을 했다. 대사로 담지 못한 감정을 손짓과 표정으로 끌어냈다. 마동석이 테나를 돌보는 장면, 젬마 찬의 미묘한 불안감, 배리 키오건의 깊이 있는 침묵. 그들이 건져낸 것 덕분에 이 영화는 단순히 ‘느린’ 것을 넘어섰다.
〈이터널스〉는 MCU 공식과 작가의 시선이 충돌한 영화다. 그 충돌이 약점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정직한 지점이다.
〈이터널스〉가 정말 묻는 것
이 영화는 ‘신은 왜 비극을 지켜만 볼까’라는 물음을 가장 정직하게 던지는 MCU 영화다. 그것이 블록버스터 공식과 충돌하면서 생긴 어색함이 오히려 질문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세르시는 7,000년을 산다. 그 긴 시간 동안 인간의 전쟁을 봤다. 히로시마 원폭도, 수백만의 죽음도 지켜만 봤다. 왜냐하면 우주의 창조주 셀레스티얼이 내린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끼리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 것. 그 명령이 절대였다.
하지만 세르시는 인류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보호한다고 생각한 인류는 사실 셀레스티얼의 새로운 생명을 태우기 위한 알일 뿐이고, 그 알이 깨어나면 지구는 부서진다는 것. 창조주의 명령과 사랑하는 대상 사이에서 세르시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의무인가, 사랑인가.
이게 이 영화의 정말 묻는 것이다. 만들어진 목적을 거부할 수 있는가. 신의 명령을 거스를 때 감당할 대가는 무엇인가. 그 질문을 화면에 담기 위해 감독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신화를 자연광으로 찍는 선택
자오 감독의 결정은 정확했다. 골든아워 자연광과 로케이션 촬영이 초현실적인 신화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재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무겁게 들린다.
영화의 중요한 대사 장면마다 자오는 해 지기 직전의 황금빛을 삽입했다. 인물들이 대화할 때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 빛이 마치 다른 세계의 무게를 담아낸다. 디지털 화면(블루스크린)이 아니라 실제 바빌론 같은 고대 장소에서 찍은 프로덕션 디자인이 이 선택을 완성했다. 신화 같은 이야기인데도 거짓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다.
MCU의 보통 영상은 인공적이다. 파워풀한 액션을 위해 컴퓨터로 만든 배경을 쓰면 자연스럽고도 가상이 된다. 〈이터널스〉는 반대를 택했다. 우주 규모의 신화를 현실의 햇빛 아래서 다룸으로써 이 질문을 더 현실적으로 들리게 했다. 이것이 무게감의 정체다.
그렇다면 이 영상의 무게감은 누가 나르야 하는가. 배우들이다.
10명을 156분 안에, 배우들이 건져낸 것
10명의 이터널스, 각각의 배경과 과거, 그들 사이의 사랑과 갈등. 이 엄청난 분량을 두 시간 반 안에 담으려니 대사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마블이 보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우들은 그 부족함을 조용한 장면으로 채웠다.
마동석이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돌보는 장면을 보라. 한 줄의 대사도 없다. 그저 길가메시가 웃으며 파이를 꺼내고, 테나의 정신병이 나을 때까지 곁에 있는 모습만 보인다. 그 장면에서 수백 년이 흐른다. 신체와 표정만으로 전달되는 감정의 두께가 길고 긴 설명 대사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배리 키오건의 드루이그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의 파스토스는 더 그렇다. 이들은 인간의 폭력과 사랑을 수천 년 동안 경험한 존재들이다. 그 깊이를 목소리 톤과 눈빛만으로 드러낸다. 젬마 찬도 마찬가지다. 세르시의 불안감과 약함, 그리고 결정의 순간까지 가는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말이 아니라 표정에 쌓인다.
유머를 맡은 쿠마일 난지아니의 킹고조차 가볍지 않다. 볼리우드 배우로 살아가는 허영심 뒤에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그는 표정 하나로 전한다.
이들이 대사의 부족함을 몸으로 건져낸 덕분에 이 영화는 설명만 많은 작품을 벗어난다. 그렇다면 〈이터널스〉가 가장 흔히 받는 ‘지루하다’는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지루하다’는 비판은 절반만 맞다
〈이터널스〉가 느린 건 맞다. 하지만 지루한 것은 느린 것과 다르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속도를 기대한 관객과 신화적 명상을 바치는 감독의 기대가 완전히 어긋났을 때 생기는 불편함이다.
숫자가 말해 준다. 평론가들은 로튼토마토 47%를 줬다. MCU 역사 처음으로 ‘썩은 토마토’ 등급이다. 하지만 개봉 첫날 관객들에게 물어본 시네마스코어는 B, 극장 조사기관 포스트랙은 긍정 78%를 준다. 일반 관객이 평단보다 훨씬 너그러웠다는 뜻이다. 일부 평론가는 오히려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처럼 느껴지는 MCU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샹치〉와 비교하면 이게 뭔지 보인다. 2021년 같은 해 나온 MCU 신규 영웅물이다. 둘 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유산을 거부할 수 있는가.’ 〈샹치〉는 이 질문을 무협과 빠른 액션으로 쉽게 풀었다. 관객이 입소품했고, 북미에서 2억 2,300만 달러까지 벌었다. 〈이터널스〉는 같은 질문을 신화적으로, 명상하듯이 풀었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극장에서 기대하는 속도와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럼 이 영화는 끝내 실패한 걸까.
그렇다면 〈이터널스〉가 가장 흔히 받는 ‘지루하다’는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내가 보기엔 이건 겉핥은 평가다.
MCU 공식과의 충돌이 오히려 정직함이다
〈이터널스〉의 어색함은 약점이 아니라 정직한 지점이다. 감독은 신의 명령을 거스르는 순간을 화려한 액션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누구도 승리하지 않는다.
이카리스를 보라. 세르시와 인류 편에 서려 한 에이잭을 배신했다. 그 죄책감에 이카리스는 태양으로 날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배신의 동기를 충분히 쌓지 못한 채 빠르게 정리된다. 하지만 그 서둘러함 자체가 죄책감의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마블이 보통 주는 방식이라면 이카리스는 최후의 결전에서 자신의 죄를 씻고 영웅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스프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이카리스를 따라 인간의 편에 서지 않았던 소녀다. 영원히 아이의 몸에 갇혀 있던 그 존재가 인간이 되는 선물을 받는다. 대신 포기한 것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는 특별함이다. 이득과 손실이 같은 무게로 내려온다.
세르시는 지구를 구한다. 유니마인드라는 모든 이터널스의 힘을 한 몸으로 받아 깨어나던 티아무트를 돌로 굳혀 지구 멸망을 막는다. 인류애를 위한 선택이지만, 그 대가는 아리솀의 심판이다. 영웅이 되지 못하고 죄인이 된다. 이게 마블이 보통 주는 쾌감과 정반대다. 히어로 영화는 승리로 끝난다. 이 영화는 질문 위에 서서 끝난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블록버스터로 만든다.
“〈이터널스〉는 지루하다.” 이 말을 많이 들었다. 로튼토마토 평론가 점수 47%, MCU 역대 최저 관객 평점.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 비판은 절반만 맞다. 느린 것과 지루한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처럼 자연광과 로케이션 촬영으로 인물을 담았다. 그리고 묻는다. 신은 왜 인간의 비극을 그냥 지켜만 볼까. 이 질문이 가만한 속도로 흐르면서, 마블식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관객과 신화적 명상을 바치는 감독의 기대가 완전히 어긋났다. 그게 불편해 보이는 거다.
배우들은 그 어색함 속에서 조용하게 일을 했다. 대사로 담지 못한 감정을 손짓과 표정으로 끌어냈다. 마동석이 테나를 돌보는 장면, 젬마 찬의 미묘한 불안감, 배리 키오건의 깊이 있는 침묵. 그들이 건져낸 것 덕분에 이 영화는 단순히 ‘느린’ 것을 넘어섰다.
〈이터널스〉는 MCU 공식과 작가의 시선이 충돌한 영화다. 그 충돌이 약점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정직한 지점이다.
이게 나를 가장 놀라게 한 부분이다. 마블은 보통 영웅담의 클리셰를 더한다. 패배하면 다음 영화에서 복수하고, 실패는 다음 기회를 위한 설정이 된다. 〈이터널스〉는 그 클리셰를 거부한다.
이게 나를 가장 놀라게 한 부분이다. 마블은 보통 영웅담의 클리셰를 더한다. 패배하면 다음 영화에서 복수하고, 실패는 다음 기회를 위한 설정이 된다. 〈이터널스〉는 그 클리셰를 거부하는 유일한 MCU 영화다.
이게 마블과 가장 다른 지점이다. 보통 MCU 영화에서 악행을 저지른 히어로는 최후의 결전에서 자신을 구속하고 영웅으로 돌아온다. 〈이터널스〉는 그 클리셰를 끝까지 거부한다. 누구도 승리하지 않는다. 오직 질문만 남는다.
〈이터널스〉가 정말 묻는 것
이 영화는 ‘신은 왜 비극을 지켜만 볼까’라는 물음을 가장 정직하게 던지는 MCU 영화다. 그것이 블록버스터 공식과 충돌하면서 생긴 어색함이 오히려 질문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세르시는 7,000년을 산다. 그 긴 시간 동안 인간의 전쟁을 봤다. 히로시마 원폭도, 수백만의 죽음도 지켜만 봤다. 왜냐하면 우주의 창조주 셀레스티얼이 내린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끼리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 것. 그 명령이 절대였다.
하지만 세르시는 인류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보호한다고 생각한 인류는 사실 셀레스티얼의 새로운 생명을 태우기 위한 알일 뿐이고, 그 알이 깨어나면 지구는 부서진다는 것. 창조주의 명령과 사랑하는 대상 사이에서 세르시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의무인가, 사랑인가.
이게 이 영화의 정말 묻는 것이다. 만들어진 목적을 거부할 수 있는가. 신의 명령을 거스를 때 감당할 대가는 무엇인가. 그 질문을 화면에 담기 위해 감독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신화를 자연광으로 찍는 선택
자오 감독의 결정은 정확했다. 골든아워 자연광과 로케이션 촬영이 초현실적인 신화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재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무겁게 들린다.
영화의 중요한 대사 장면마다 자오는 해 지기 직전의 황금빛을 삽입했다. 인물들이 대화할 때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 빛이 다른 세계의 무게를 담아낸다.
디지털 화면이 아니라 실제 바빌론 같은 고대 장소에서 촬영한 것이 이 선택을 완성했다.
MCU의 보통 영상은 인공적이다. 파워풀한 액션을 위해 컴퓨터로 만든 배경을 쓰면 자연스럽고도 가상이 된다. 〈이터널스〉는 반대를 택했다. 우주 규모의 신화를 현실의 햇빛 아래서 다룸으로써 이 질문을 더 현실적으로 들리게 했다. 이것이 무게감의 정체다.
그렇다면 이 영상의 무게감은 누가 나르야 하는가. 배우들이다.
10명을 156분 안에, 배우들이 건져낸 것
10명의 이터널스, 각각의 배경과 과거, 그들 사이의 사랑과 갈등. 이 엄청난 분량을 두 시간 반 안에 담으려니 대사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마블이 보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우들은 그 부족함을 조용한 장면으로 채웠다.
마동석이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돌보는 장면을 보라. 한 줄의 대사도 없다. 그저 길가메시가 웃으며 파이를 꺼내고, 테나의 정신병이 나을 때까지 곁에 있는 모습만 보인다. 그 장면에서 수백 년이 흐른다. 신체와 표정만으로 전달되는 감정의 두께가 길고 긴 설명 대사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배리 키오건의 드루이그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의 파스토스는 더 그렇다. 이들은 인간의 폭력과 사랑을 수천 년 동안 경험한 존재들이다. 그 깊이를 목소리 톤과 눈빛만으로 드러낸다. 젬마 찬도 마찬가지다. 세르시의 불안감과 약함, 그리고 결정의 순간까지 가는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말이 아니라 표정에 쌓인다.
유머를 맡은 쿠마일 난지아니의 킹고조차 가볍지 않다. 볼리우드 배우로 살아가는 설정, 그 허영심 뒤에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아주 즐겁게 연기하면서도 한 장면에선 스쳐 지나간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아도 본다. 이들이 대사의 부족함을 몸으로 건져낸 덕분에 이 영화는 설명만 많은 작품을 벗어난다.
그렇다면 〈이터널스〉가 가장 흔히 받는 ‘지루하다’는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지루하다’는 비판은 절반만 맞다
〈이터널스〉가 느린 건 맞다. 하지만 지루한 것은 느린 것과 다르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속도를 기대한 관객과 신화적 명상을 바치는 감독의 기대가 완전히 어긋났을 때 생기는 불편함이다.
숫자가 말해 준다. 평론가들은 로튼토마토 47%를 줬다. MCU 역사 처음으로 ‘썩은 토마토’ 등급이다. 하지만 개봉 첫날 관객들에게 물어본 시네마스코어는 B, 극장 조사기관 포스트랙은 긍정 78%를 준다. 일반 관객이 평단보다 훨씬 너그러웠다는 뜻이다. 일부 평론가는 오히려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처럼 느껴지는 MCU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샹치〉와 비교하면 이게 뭔지 보인다. 2021년 같은 해 나온 MCU 신규 영웅물이다. 둘 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유산을 거부할 수 있는가.’ 〈샹치〉는 이 질문을 무협과 빠른 액션으로 쉽게 풀었다. 관객이 입소품했고, 북미에서 2억 2,300만 달러까지 벌었다. 〈이터널스〉는 같은 질문을 신화적으로, 명상하듯이 풀었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극장에서 기대하는 속도와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럼 이 영화는 끝내 실패한 걸까.
MCU 공식과의 충돌이 오히려 정직함이다
〈이터널스〉의 어색함은 약점이 아니라 정직한 지점이다. 감독은 신의 명령을 거스르는 순간을 화려한 액션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누구도 승리하지 않는다.
이카리스를 보라. 세르시와 인류 편에 서려 한 에이잭을 배신했다. 그 죄책감에 이카리스는 태양으로 날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배신의 동기를 충분히 쌓지 못한 채 태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그 서둘러함 자체가 절박한 죄책감을 전달한다. 마블 영화라면 이카리스는 최후의 결전에서 자신을 구속하고 영웅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스프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이카리스를 따라 인간의 편에 서지 않았던 소녀다. 영원히 아이의 몸에 갇혀 있던 그 존재가 인간이 되는 선물을 받는다. 대신 포기한 것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는 특별함이다. 이득과 손실이 같은 무게로 내려온다.
세르시는 지구를 구한다. 모든 이터널스의 힘을 한 몸으로 받아 깨어나던 티아무트를 돌로 굳혀 지구 멸망을 막는다. 인류애를 위한 선택이지만, 그 대가는 아리솀의 심판이다. 영웅이 되지 못하고 죄인이 된다. 히어로 영화는 보통 승리로 끝난다. 이 영화는 질문 위에 서서 끝난다. 그 불편함이 이 영화를 ‘생각하게 하는’ 블록버스터로 만든다.
총평
〈이터널스〉는 마블도 아니고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도 아니다. 그 불편함 속에 정직함이 있다.
이 영화는 신은 왜 인간의 비극을 지켜만 보는가라는 질문을 블록버스터 안에서 끝까지 책임진다. 그걸 높이 본다.
156분은 길다. 느린 속도가 불편하고, 이카리스의 배신 동기도 설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영상과 질문의 무게감, 배우들의 조용한 연기가 그걸 보상한다.
신화를 영상으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노매드랜드〉처럼 천천히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더욱 그렇다.
MCU 영화 중 ‘다른 것’을 원한다면 이게 답이다. 마동석의 ‘K-싸대기’ 액션도 감독이 의도적으로 넣었고, 복싱 기반의 움직임은 수준급이다.
경쾌한 액션 영화를 기대하면 실망한다. 명확한 ‘승리’로 끝나는 영웅담을 원한다면 더욱 피하는 게 낫다.
156분이 부담스럽다면 보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노매드랜드〉를 봤다면 감독의 눈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기술 설명에 집중하지 말고, 각 인물이 ‘만들어진 목적’을 어떻게 거스르는가만 따라가면 된다. 마동석의 분량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가면 배신감이 덜하다.
이어서 볼 작품은 두 개다. 먼저 〈노매드랜드〉. 같은 감독이고, 자연광과 인물의 관계를 보는 눈이 정확히 동일하다. 그리고 〈샹치〉. 같은 질문 ‘부모의 유산을 거부한다’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푼 MCU 영화다. 둘을 나란히 보면 각각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선택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더 명확히 보인다.
이어서 볼 작품은 〈노매드랜드〉다. 같은 감독의 전작이고, 자연광과 인물의 관계를 보는 눈이 정확히 동일하다.
그다음 〈샹치〉를 보자. ‘부모의 유산을 거부한다’는 같은 질문을 완전히 다르게 푼 MCU 영화다. 둘을 나란히 보면 각 선택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명확해진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짧은 영화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영상의 무게감이 물어뜯고 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은 영화가 하는 일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이 영화는 실화 기반인가요?
아니다. 마블 코믹스의 1976년작 〈이터널스〉를 원작으로 한 픽션 영화다. 우주의 창조주 셀레스티얼이 인류를 지키기 위해 보낸 불멸의 존재 10명이 주인공이다.
MCU를 안 봐도 볼 수 있나요?
충분히 봐도 된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정만 알면 독립적으로 이해된다. 다만 중간에 MCU의 기존 인물들 몇 명이 언급되니, 그 연결고리가 궁금하면 사전에 알아 두는 것도 방법이다.
마동석이 오래 나오나요?
중간에 퇴장한다. 극 전반부까지만 깊이 있게 나오고 후반부로 갈수록 분량이 줄어든다.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분량이 아쉬울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래도 그의 액션과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돌보는 장면만으로도 인상적이다.
2시간 반이 긴 건 맞나요?
긴 편이다. 하지만 느린 속도를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겐 그 길이가 질이 아니라 명상에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신화적 이야기를 빠르게 이해하려고 하면 답답하겠지만, 인물과 환경, 대사 없는 장면의 의미를 천천히 읽는 걸 좋아한다면 투자할 만하다.
후속작이 있나요?
극 중간 쿠키 영상에서 이 이야기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식 속편 발표는 없다. MCU의 다음 단계가 이터널스를 어떻게 연결할지는 불명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