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평

암살자(들)(2026) 리뷰: 진실을 좇는 인간이 지키려는 것

LUX · 2026년 10월 12일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공식 발표는 간단했다. 재일교포 문세광이 대통령을 쏘려다 영부인이 맞아 숨졌다는 것. 정부는 “북한과 조총련의 지시를 받은 단독 범행”이라고 서둘러 발표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총성이 여섯 번 울렸다. 범인의 총은 다섯 발, 찾은 탄환은 네 개. 한 발이 사라졌다.

경찰 박철구는 이 불일치가 마음에 걸린다.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도, 신입 기자 영일도 같은 질문을 품는다. 세 사람은 그 사라진 탄환을 좇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잃는다. 국가를 향한 충성심, 신문사의 미래, 순진한 열정.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암살자(들)〉은 범인을 찾는 영화가 아니다. 역사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좇는 과정에서 인간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를 본다. 그래서 이 영화가 중요하다.

뉴스가 아닌 탄환, 증거가 아닌 의문

이 영화는 공식 발표를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광복절 기념식에서 울린 총성은 여섯 발. 그런데 범인의 총은 다섯 발이고, 찾은 탄환은 네 개다. 한 발이 어디로 갔나?

박철구 경감은 이 한 발을 놓칠 수 없다.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도, 신입 기자 영일도 같은 질문을 품는다. 누가 그 탄환을 쏘았는가. 그리고 왜 정부의 발표와 현장이 맞지 않는가. 영화가 던지는 건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공식 기록과 현실 사이의 틈이다.

세 사람이 그 틈을 파고든다. 처음엔 조금씩. 철구는 경찰 신분으로 증거를 따지고, 재환은 기자로서 뉴스의 논리를 묻고, 영일은 현장 목격자로서 자신이 본 것을 신뢰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이 의문을 좇는 행위 자체가 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그것이 이 영화가 정말로 묻는 질문이다.

국가를 의심하는 데 드는 대가

철구는 이 의문을 따라가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간다. 그리고 폭행을 당한다. 돌아온 뒤 그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 장면을 아주 담담하게 보여준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처음 철구는 어떤 인물인가. 충성심 강한 경찰이다. 비표가 없는 범인을 입구에서 막았을 정도다. 그런데 청와대 경호계장이 갑자기 지침을 바꾸고, 철구는 책임을 떠안는다. 이미 국가에 의해 버려진 셈이다. 그 다음이 중앙정보부다.

중앙정보부에서 나와 걷는 철구를 촬영감독은 어떻게 찍었나. 해 지기 전의 하늘에서 위에서 내려다본다. 그저 한 사람이 길을 걷는 장면인데, 그 프레임 안에서 철구는 매우 작아 보인다. 무너진 것은 체격이 아니라 자부심이다.

유해진은 이 변화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배우들의 호흡이 이 영화의 설득력을 결정하는 순간이 바로 여기다.

철구가 중앙정보부에서 나와 걷는 장면을 보자. 촬영감독 이모개는 해 지기 전의 하늘에서 위에서 내려다봤다. 그저 한 사람이 길을 걷는 것인데, 프레임 안에서 철구는 매우 작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방식이다.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화면이 모든 걸 말한다.

철구가 중앙정보부에서 나와 걷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촬영감독은 해가 지기 전 하늘에서 위에서 내려다봤다. 그저 한 사람이 걷는 것인데, 프레임 안에서 철구는 매우 작아 보인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방식이다. 설명하지 않는다. 화면이 모든 것을 말한다.

앙상블이 만드는 긴장감

이 영화에서 가장 살아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연기가 아니라 세 배우 사이의 호흡이다. 경찰 철구와 기자 재환, 신입 기자 영일이 특종을 물어다 주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며 만드는 팽팽함이 이 영화를 끝까지 놓지 않게 한다.

유해진과 박해일은 영화 〈이끼〉 이래 알아온 배우들이다. 그 신뢰가 화면에서 느껴진다. 철구와 재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자. 두 사람은 긴 대사를 나누지 않는다. 짧은 대화만으로 오랜 인연을 짐작하게 한다. 그 다음부터는 서로의 움직임을 읽는다. 재환이 무언가를 캐려 하면 철구는 그 의도를 눈치챈다. 철구가 위기에 처하면 재환은 그 위기의 무게를 안다.

이민호는 현장 목격자이면서 신입 기자인 영일로 열정을 담는다. 박해일과 이민호, 그리고 신문사의 다른 기자들—류혜영, 김대명이 함께 있을 때의 앙상블이 살아난다. 한 사람이 발을 내딛으면 다음 사람이 그것을 밀어붙이는 리듬이 있다.

그런데 이 팽팽한 긴장이 초반부부터 끝까지 같은 강도로 유지되는가. 관객 평가에서는 후반부 호흡이 초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왜일까.

유해진과 박해일은 〈이끼〉를 함께 만든 배우다. 그 신뢰가 화면에서 느껴진다. 철구와 재환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은 긴 대사를 나누지 않는다. 짧은 대화만으로 오랜 인연을 짐작하게 한다. 그 다음부터는 서로의 움직임을 읽는다. 재환이 무언가를 캐려 하면 철구는 그 의도를 눈치챈다. 철구가 위기에 처하면 재환은 그 위기의 무게를 안다. 이민호의 신입 기자 영일이 들어오면서 세 사람의 리듬이 맞춰진다. 한 사람이 발을 내딛으면 다음 사람이 그것을 밀어붙인다. 이것이 131분을 끝까지 놓지 않게 하는 힘이다.

이 영화를 131분 동안 놓지 않게 하는 건 이 리듬이다. 철구가 증거를 들고 나타나면 재환이 그것을 어디로 퍼 날을지를 읽는다. 재환이 신문사의 압박을 견뎌야 한다면 철구는 그 무게를 안다. 세 사람이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발을 디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배우들이 영화 밖에서 얼마나 충분히 이 인물들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답을 주지 않는 것의 무게

감독은 인터뷰에서 “결론 없이 질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가 실제로 하는 일은 다르다. 나는 이 영화가 답을 명확히 주지 않으면서도 중앙정보부가 배후일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다고 본다.

감독의 해명을 들어보면 “박정희가 시켰다고 해놓고 자기가 총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은 개연성이 너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박정희 배후설은 일부러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보부는 어떻게 다룰까?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차이가 문제다. 명확한 진술 대신 암시로 특정 방향의 생각을 유도하는 셈이다.

영화는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조로 전개된다. 증거가 맞지 않는 이유, 철구가 당하는 폭력, 그리고 끝까지 숨겨진 진실. 이 모든 것이 특정 방향을 가리킨다. 명확한 진술이 아니라 암시일 뿐이지만, 관객은 그 암시를 진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 보수 진영에서 문제를 삼은 지점이 여기다. 범인 문세광은 법정에서 스스로 진술했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 역사는 이미 검증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 공식 판결 뒤에 ‘다른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의 여지를 남긴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방향의 생각을 강하게 유도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이것이 진실을 추적하는 행위의 본질 자체일까.

기자와 경찰의 ‘기록’은 그 이후다

이 영화가 정말로 주목하는 건 사건 자체가 아니다. 내가 보기엔 진실을 좇는 인간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지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재환의 서사를 따라가보자. 사회부장으로서 그는 처음엔 증거를 모으는 기자로 보인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무게가 옮겨간다. 신문사가 광고를 실어주는 기업들에게 압박을 받는 국면이 온다. 진실을 추적하는 행위는 이제 단순히 ‘이게 맞는 기사인가’라는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기자 직업 전체의 책무가 된다. 박해일은 이 무게의 변화를 얼굴과 목소리에 담는다. 처음의 날카로움에서 점점 더 묵직한 카리스마로 변한다.

철구는 어떻게 끝나는가. 마지막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다. 간단한 거부다. 하지만 그것은 이 경찰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말한다. 국가에 버려졌고, 폭력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를 향한 충성심을 잃었다. 그런데 남은 것이 있다. 자신이 본 것, 자신이 믿는 것을 지키려는 신념이다. 유해진이 이 거부의 순간을 어떻게 연기하는지가 중요하다. 분노로 하는 거부가 아니다. 더 이상 국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조용한 절망이다.

1974년이라는 시대에서 두 사람이 지킨 것은 각각 다르다. 재환은 기자로서 기록을 남기는 책무를 지키고, 철구는 경찰로서 더 이상 국가에 맹세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킨다. 둘 다 거대한 것에 맞선 아주 작은 저항일 뿐이다. 나는 영화의 최종 판결이 명확하다고 본다.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보다, 진실을 앞에 두고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사 진실보다 인간의 선택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끝까지 말해주지 않는다. 배후가 중앙정보부인지 아닌지도 확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무책임한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 영화가 책임지는 것은 사건의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인간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지다.

박철구 경감은 처음 충성심 강한 경찰이었다. 의문을 따라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폭행을 당한다. 마지막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이 거부는 분노가 아니다. 조용한 절망이다. 국가에 버려졌고, 폭력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를 향한 충성심을 완전히 잃었다는 뜻이다. 남은 것은 자신이 본 것을 지키려는 신념뿐이다.

재환은 신문사 사회부장이다. 증거를 모으고 진실을 캐는 기자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무게가 옮겨간다. 신문사가 광고탄압을 받는 국면으로 가면서 그의 선택은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기자라는 직업의 책무가 된다. 박해일은 첫 장면의 날카로운 기자에서 점점 국가권력의 무게를 견디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 영화의 약점도 같은 곳에서 나온다. 답을 주지 않으면서 특정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다. 관객은 그 암시를 진실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변화가 이 영화를 결정한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앞에 두고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그 결론에 동의한다.

다만 후반부 호흡이 초반의 팽팽함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특별출연 배우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몰입을 깐다.

누구에게 추천하나? 1974년 광복절 사건을 처음 접하거나 공식 역사에 의문을 품는 사람. 속도감 있는 추리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원하는 관객이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많은 층위가 보이지만, 몰라도 ‘증거가 맞지 않으면 누군가는 진실을 좇아야 한다’는 질문 위에서 영화는 잘 작동한다.

피해야 할 사람? 공식 역사를 절대 의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명확한 정답을 원하는 관객. 영화의 결말이 불명확한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면 이 영화는 2시간을 낭비하게 할 것이다.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는 〈JFK〉(1991)와 〈남산의 부장들〉(2020)을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전작이 ‘권력 내부의 심리’를 봤다면 이번 작품은 ‘권력 바깥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개인’을 본다는 점에서 선명하게 대비된다.

★★★★★ (5/5) — 역사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좇는 과정에서 인간이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지를 본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실제 역사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건가?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과 그 해 12월부터 1975년 초까지 이어진 동아일보 광고탄압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영화는 '구체적 사건은 일부 다르게 각색되었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범인 이름, 경찰 박철구, 사건의 세부 전개 등은 창작된 것이거나 변경된 것이다.

배후가 중앙정보부라는 걸 영화에서 명확히 말하나?

아니다. 영화는 공식 발표와 현장이 맞지 않는 증거를 보여주고,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지만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결론 없이 질문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의 구조상 관객은 특정 방향을 추측하기 쉽다.

이 영화가 역사를 왜곡한다는 논란이 있던데?

보수 진영은 실제 범인 문세광이 법정에서 진술했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증거로 들며 문제를 삼았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같은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입장의 차이다.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운가?

1974년 광복절 사건을 모르고 봐도 영화는 잘 작동한다. 총성이 여섯 번 울렸는데 탄환이 맞지 않는다는 기본 설정만 이해하면, 세 주인공이 왜 진실을 좇는지가 분명해진다. 다만 시대 배경을 알면 더 깊이 있게 본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가?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의 세 배우가 만드는 앙상블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유해진의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장면과 박해일이 전달하는 묵직한 카리스마가 호평받았다. 배우들의 신뢰와 호흡이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김지훈 기자
ALJIstory 편집장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파고드는 심층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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